(VOVWORLD) - 수확이 끝나고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할 때쯤 꽝찌(Quảng Trị)성 서부지역에 사는 빠꼬(Pa Kô) 소수민족은 산신의 은혜를 잇는 의식을 거행한다. 이는 수백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온 전통 의례로 마을을 보호해 준 산신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중요한 행사이다.
연초에 꽝찌성 닥끄롱(Đakrông)현 따룻(Tà Rụt)면 아리엥(A Liêng) 마을에 사는 끄라이(Kray) 씨족의 빠꼬족 사람들은 고향으로 모여든다. 이른 아침부터 남녀노소 모두가 전통 의상을 차려입고 마을 광장에 모인다. 마을 광장 한가운데에는 단단한 나무 기둥 즉, 제단 기둥이 세워져 있으며, 이 기둥에서 끄라이 씨족 사당까지 하얀 줄이 연결되어 있다. 이 줄은 산신의 은혜를 잇는 끈을 상징한다.
꽝찌성 닥끄롱(Đakrông)현 따룻(Tà Rụt)면 아리엥(A Liêng) 마을에 사는 끄라이(Kray) 씨족의 '산신의 은혜를 잇는 의식' 의례 (사진: 딘 티에우/VOV) |
의식에 사용할 제물이 다 준비되면 사람들은 염소 한 마리를 제단 기둥에 묶는다. 아리엥 마을 끄라이 씨족의 족장인 호 쑤언 반(Hồ Xuân Văn) 마을 원로는 전통 직물로 짠 쟁(Jeng) 천을 들고 제단 앞에 서서 산신, 강신, 태양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또한 마을 사람들의 평온한 삶과 행복, 건강, 질병 퇴치, 농사의 번창, 자손의 번영을 기원한다. 호 쑤언 반 마을 원로는 산신의 은혜를 잇는 의식은 끄라이 씨족 가문과 산신 간의 인연을 이어가는 중요한 행사라고 말했다.
“이 풍속은 저희 조상님들 때부터 아버지 세대, 저희 세대, 그리고 자손들까지 이 의식을 영원히 지켜 나갈 것입니다. 빠꼬족의 전통 의례로서 음수사원(飮水思源) 전통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리엥 마을의 끄라이 씨족을 보호해 주는 산신은 플랑(Plăng)산신이고 따룻-훅응이(Húc Nghì)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이번 의식에 처음으로 참가한 끄라이 스엉(Kray Sương) 씨는 다음과 같이 소감을 전했다.
“저희는 조상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항상 빠꼬족의 전통 문화를 지켜 나가려고 합니다. 이 의식은 소멸되지 않고 온전히 보존되고 있습니다.”
파꼬족의 산신의 은혜를 잇는 의식은 7년에서 10년마다 한 번씩 거행된다.(사진: 딘 티에우/VOV) |
빠꼬족의 산신의 은혜를 잇는 의식은 7년에서 10년마다 한 번씩 거행된다. 각 씨족에 따라 의식의 규모가 달라지고, 가족들은 경제적 여건에 따라 소, 염소, 닭, 통 대나무 밥, 통 대나무 생선 요리 등을 준비해 제물로 바친다. 마을 주민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새 옷과 빠꼬족의 전통 의상을 차려 입고 행사에 참석한다. 공동체의 단결을 나타내기 위해, 참가자들은 새롭게 짠 전통 직물을 중심으로 원을 이루고, 꽹과리와 북, 전통 피리 소리에 맞춰 춤을 춘다. 이들은 밤새도록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주변에서 함께 춤을 추며 의식을 이어가고, 다음 날 아침 평안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면서 행사를 마무리한다.
꽝찌성에서 빠꼬족의 전통 의례와 축제 문화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끄라이 슥(Kray Sức) 우수민속예술인은 산신의 은혜를 잇는 의식이 빠꼬족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의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의식이 빠꼬족의 운명과 깊이 연결된 감사의 제례이며, 수백 년 동안 전해 내려왔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전통 의례를 복원하고 지속적으로 거행하는 것은 후손들이 조상들의 아름다운 행적과 산신과 인간의 숭고한 관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끄라이 슥 예술인은 이 의식이 빠꼬족의 각 마을과 씨족 간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 의식은 빠꼬족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제례입니다. 이 행사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산과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감사와 의무를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산신의 보호 덕분에 아리엥 마을 주민들은 자손을 낳고 번성하며, 오늘날까지 평온한 삶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산신의 은혜를 잇는 의식의 문화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이를 보존하고 계승하며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끄라이 슥(Kray Sức) 우수민속예술인 (사진: 딘 티에우/VOV) |
한때 사회적 변화로 인해 꽝찌성 빠꼬족의 산신의 은혜를 잇는 의식은 점차 사라질 위기에 놓였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꽝찌성 닥끄롱현 따룻면 아리엥 마을의 끄라이 씨족은 이 의례를 복원하고 다시 거행하여 독특한 전통을 되살려 왔다. 이 의식은 단순한 제례 활동의 의미를 넘어 후대에게 자연과 주변 환경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가르치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 이를 통해 빠꼬족의 고유한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고 계승하며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