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이족은 쌀이 ‘양(Yàng)’이라는 신의 선물이라고 믿는다. 양은 위대한 존재로 하나뿐인 신이며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자라이족은 벼를 수확할 때 베거나 탈곡하거나 햇볕에 말리지 않고 손으로 훑어 벼를 턴다. 벼를 베거나 타작하는 것은 벼를 아프게 하는 일이고 그것은 곧 신을 아프게 하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자라이(Gia Lai)성 쯔빠(Chư Păh)현 이아머농(Ia Mơ Nông)면 여성회 흐우옌 니에(H’ Uyên Niê) 부회장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자라이족의 풍습에 따르면 여성은 반드시 벼를 찧고, 나무를 하고, 물을 길으며, 천을 짜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조건을 갖춰야 결혼할 수 있습니다. 여성은 밥을 짓고 남성은 무거운 일을 맡습니다.” 

비엣족이 쌀을 만들기 위해 맷돌, 방아, 체, 사발, 광주리 등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는 반면 자라이족은 절구, 절구공이 그리고 작은 광주리만 있으면 충분하다. 이 도구들은 여성의 삶에 평생 함께하는 친숙한 도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라이족 여성들은 결혼하여 분가할 때 절구와 절구공이를 혼수품으로 받는다. 러 쩜 흐쑤옛(Rơ Châm H’Xuyết) 씨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쌀 찧는 일은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쌀을 찧으려면 절구공이와 절구가 있어야 하며, 여자는 손재주가 좋아야 합니다. 절구의 크기는 가정에 따라 다릅니다.”

자라이족  여성이 쌀을 찧는 모습 (사진: 응옥 아인/VOV5)

절구는 큰 나무 기둥을 깊게 파서 만든다. 절구공이는 양쪽 끝이 다르고, 가운데는 두 손으로 쥘 수 있게 되어 있다. 빠르게 찧으려면 두 사람이 절구공이를 번갈아가며 리듬감 있게 함께 찧는다. 자라이성 쯔빠현 이아머농면 시우 토이(Siu Thỏi) 씨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빠르게 찧으려면 두 사람이 함께 해야 합니다. 절구와 절구공이는 단단하고 튼튼한 나무를 골라 만들어야 합니다. 10kg의 벼를 찧으려면 약 2시간이 걸립니다. 남자도 쌀을 찧을 줄은 알지만 손재주가 없어서 체로 까부르는 일은 하지 못합니다.” 

자라이족 사람들은 쌀을 찧을 때 먼저 절구에 벼를 넣고 절구공이의 작은 쪽으로 벼 껍질을 벗긴다. 그 다음 절구공이의 큰 쪽으로 바꾸어 가루를 제거하고 깨끗한 쌀알이 되도록 찧는다. 절구공이를 내리칠 때는 쌀알이 부서지지 않도록 타이밍과 힘을 잘 조절해야 하며 그래야 흰쌀이 나온다. 자라이족 여성인 러 쩜 하(Rơ Châm Hà)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첫 번째 단계는 벼를 찧어 왕겨를 벗기는 것이고, 두 번째는 왕겨를 골라내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다시 찧어서 먹을 수 있는 쌀을 만드는 것입니다. 보통 두 사람이 함께 찧으면 쌀이 더 빨리 나옵니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절구공이를 사용하지요. 나이든 사람은 작은 절구공이를, 젊은 사람은 더 큰 것을 사용합니다. 한 번에 절구에 넣는 벼의 양은 보통 3~4kg 정도입니다.”

자라이족 여성이 쌀을 까부르는 모습 (사진:응옥 아인/VOV5)

쌀을 찧는 절구공이의 리듬이 멈추면 자라이족 여성들은 쌀을 섬세하게 까부르기 시작한다. 자라이 여성은 체를 쓰지 않고 광주리를 사용해 왕겨와 쌀을 분리한다. 

자라이성 쯔빠현 이아머농면 러 쩜 흐쑤옌(Rơ Châm H’Xuyên) 씨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여자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쌀을 찧습니다. 찧고 나서 까부르고 다시 한 번 더 찧습니다. 두 번째 찧을 때 진짜 쌀이 되는 겁니다. 까부르는 일도 두 번 해야 합니다.” 

요즘은 기계가 사람의 노동을 대신하고 있지만 축제철이나 관광객을 맞이할 때면 마을에는 다시금 쌀을 찧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절구공이의 규칙적이면서도 때로는 격렬한 리듬에 울려 퍼지는 꽁찌엥(cồng chiêng) 전통 악기의 소리가 어우러져 자라이족 특유의 떠이응우옌(Tây Nguyên) 고원 문화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