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팔찌 풀기, 에데족의 성인식 의례

(VOVWORLD) - 에데(Ê Đê)족의 전통 풍속에 따르면 한 사람의 인생 주기는 다양한 의례를 거치며 진행된다. 그 중에서도 ‘구리 팔찌 풀기 의례’는 성인식을 의미한다. 이 의례를 통해 청년기 남녀는 공동체로부터 성인으로 인정받아 중요한 결정에 참여하고, 가정과 가문에서 중대한 책임을 맡을 자격을 얻게 된다.

구리 팔찌를 풀어주는 의례는 한 사람이 성인이 되어 가정과 가문에서 중요한 일들을 수행할 준비가 되었음을 인정하는 의식이다. 성인식은 부모나 가까운 친척에 의해 진행되며, 가족과 마을 공동체가 함께 참여한다. 의식의 규모나 시간은 각 가정의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닥락(Đắk Lắk)성 애아흘래오(Ea Hleo)현 딜리에양(Dliê Yang)면 즈라이(Drai) 마을 아즈르엉 이 블리(Adrơng Y Blih)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자녀가 있는데 각자를 위해 번의 성인식을 치렀습니다. 아들과 모두 성인식을 하지만 절차가 다릅니다. 아들의 경우 제물로 돼지 꼬리를 기둥에 매달지만, 딸의 경우에는 제물을 바구니에 담아 올립니다. 딸의 성인식은 방패와 창을 인수하는 의식이 없지만 아들의 성인식에는 있습니다. 의례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것이기에 지금도 계속 지키며 자손들에게 전수하고 있습니다.”

구리 팔찌 풀기, 에데족의 성인식 의례 - ảnh 1구리 팔찌를 풀어주는 의례 올린 제물 (사진: 흐 씨우/ VOV)
부온마투옷(Buôn Ma Thuột)시 애아뚜(Ea Tu)면 크므렁프롱아 (Kmrơng Prong A) 마을에 거주하는 이 소 리안 끄부오르(Y Sô Rian Kbuôr) 씨는 올해 20세가 되었다. 그의 부모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은 아들을 위해 므푸 또 꽁(Mpŭ toh kông)이라는 의례, 즉 구리 팔찌 풀기 의례를 열기로 결정했다. 부모와 함께 무당의 집에 가서 의례를 요청할 때 이 소 리안 씨는 설렘과 긴장감이 뒤섞인 묘한 감정을 느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처음에는 많이 긴장했지만 이후에는 기쁘고 흥분되었습니다.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부모님과 가족을 도와드릴 있게 되어 매우 뿌듯합니다.”

성인식을 거행한 닥락성 크롱낭(Krông Năng)현 크롱낭 지구 위아오(Wiâo) 마을 이 원 니에 끄담(Y Wơn Niê Kđăm) 무당은 이 소 리안 씨의 부모에게 의례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을 당부했다. 제물로는 수퇘지 한 마리와 7개의 술항아리를 준비한다. 제사상에는 돼지고기, 항아리술, 찹쌀밥, 토란, 삶은 바나나 등 7가지 음식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정해진 날이 되어 준비된 제물을 갖추고 무당이 돼지의 코, 귀, 꼬리까지 이어지는 생고기 부위를 길게 잘라내어 가장 큰 술항아리 옆 기둥에 대나무 줄 7개로 묶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무당이 의식을 시작한다. 의식은 두 부분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는 조상님께 보고하는 의례이고, 두 번째는 성인식 제례다. 신명 나는 꽹과리 소리 속에서 무당은 이 소 리안(Y Sô Rian) 씨의 팔에서 구리 팔찌를 풀어주며 다음과 같은 기도문을 낭독했다. 

내가 너의 팔찌를 풀어주니 이제 너는 스스로 미래를 결정하고 농사일을 책임지게 된다. 오늘부터 너는 성인이 되었으니 건강하게 가정을 돕고 마을을 지키는 역할을 해라.”

구리 팔찌 풀기, 에데족의 성인식 의례 - ảnh 2방패와  같은 물건을  청년의  손에  쥐여주는  것은  일종의  수호  물건으로써  가정과  가족을  보호하는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사진: 흐 씨우/ VOV)

기도가 끝나면 무당은 구리 팔찌를 제례용 큰 술항아리의 손잡이에 걸고 계속해서 신들에게 건강, 평안, 용기, 결단력, 지혜를 내려달라고 기도했다. 신에게 올리는 기도를 마치면 무당은 모든 참석자들이 제물로 마련된 음식을 함께 나누도록 초대한다. 성인식을 받은 청년이 먼저 음식을 먹는다. 그 다음으로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참석자들이 순서대로 음식을 나눠 먹는다. 이후 무당은 대나무 기둥에 묶인 줄과 제물로 올렸던 돼지 고기를 풀고, 청년에게 방패와 창을 건네주고 방패 춤 의식을 진행한다. 이 춤은 청년의 힘과 용맹함을 상징하며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닌 성인으로서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 원(Y Wơn) 무당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방패와 , 같은 물건을 청년의 손에 쥐여주는 것은 일종의 수호 물건으로써 가정과 가족을 보호하는 책임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오늘부터 청년은 농사일을 이어받아 부모와 가족을 지키는 강인한 사람이 것입니다.”

구리 팔찌 풀기, 에데족의 성인식 의례 - ảnh 3기도가 끝나면 무당은 구리 팔찌를 제례용 큰 술항아리의 손잡이에 걸고 계속해서 신들에게 건강, 평안, 용기, 결단력, 지혜를 내려달라고 기도했다. (사진:흐 씨우/ VOV)

모든 의식이 끝난 후 집주인과 손님들은 술과 음식을 함께 나누고 축제 분위기 속에서 꽹과리를 치며 청년의 성인식을 축하한다. 성인식에 참석한 흐 응암 아즈렁(H Ngăm Adrơng) 씨는 다음과 같이 소감을 나눴다. 

저는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이렇게 정교하고 세밀하게 준비된 성인식을 적이 없습니다. 무당, 부모님, 그리고 성인식을 치른 친구까지 모두 철저하게 준비했습니다. 이번 성인식을 통해 에데족의 성인식 의례와 전통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에데족의 성인식과 같은 삶의 주기 의례는 가족과 공동체를 연결하며, 전통과 관습을 계승하고 보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에데족의 아름다운 문화적 유산을 오늘날에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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